극단적인 행동을 하는 ‘진정한 신봉자’는 자신의 정체성이 대의와 신념과 융합된 정도에 따라 움직인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 결과는 탈극단주의자들의 효과적인 전략으로 진정한 신자들이 자신의 생각을 포기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사상의 길을 믿게 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Frontiers in Psychology 저널에 실린 새로운 연구로 진정한 신자가 극단적인 행동을 하게 되는 원동력에 대한 해명에 한 발짝 더 다가섰다. 이 연구 결과는 개인의 정체성이 어떤 대의와 어떻게 그리고 왜 융합되는지 더 깊이 알면 극단주의와 싸우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진정한 신자는 종교나 도덕관 등 특정 신념을 엄격하게 지킨다. 때로는 인간과 동물의 권리를 위해 싸우는 등 유익한 대의를 위해 삶을 바치기도 한다. 하지만 테러 행위와 같은 극단적인 부정적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지금까지의 연구는 극단적 행동을 설명할 수 있는 세 가지 구성요소, 즉 신성한 가치, 도덕적 신념, 정체성의 융합을 확인했다. “어떤 가치가 신성하고 따라서 협상할 여지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 가치에 대한 극단적 행동을 예측하는 것으로 연구 결과 나타났다. 예를 들어, 낙태에 대한 입장이 양보할 수 없는 것이라면, 그 대의를 위해 싸우고 죽는 것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텍사스 대학교 오스틴의 대학원생 프랑수아 알렉시 마르텔은 설명한다. “마찬가지로 어떤 문제에 대한 자신의 입장이 도덕적 신념, 혹은 보편적으로 도덕적이라고 여기는 것이라면, 그 문제를 옹호하기 위해 극단적인 행동을 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정체성이 어떤 대의와 ‘융합’되어 있다면, 그 대의를 위해 기꺼이 싸우고 죽는 것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대의를 위해 싸우고 죽을 것인가?
연구진은 이 구성요소를 이용해 6건의 연구를 통해 어떤 변수가 대의를 위해 희생하는 것을 가장 잘 예측하는 변수를 단독으로 또는 조합하여 조사했다. 연구진은 총기권과 낙태권이라는 두 가지 대의를 위해 세 가지 구성요소를 모두 측정했다. 결과 지표는 대의를 위해 싸우고 죽는 것에 대한 지지였다. 연구는 미국과 스페인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그 결과, 세 가지 구성요소는 모두 대의를 위해 싸우고 죽는 것을 지지하는 것과 상관관계가 있었지만, 그 정도는 같지 않았다. 성스러운 가치는 가장 약한 예측요인이었고, 그 다음이 도덕적 신념이었다. 정체성 융합이 가장 강력한 예측 인자였다. “자신의 정체성이 대의와 융합되어 있다는 것은 그 대의와 관련된 가치의 신성함이나 그 대의가 도덕적 신념을 나타내는지 여부보다 그 대의를 위해 자기희생할 의지의 예측인자로 더 우수했다. 이 패턴은 총기 소유권이라는 대의(총기소지 찬성파 또는 총기소지 반대파) 또는 낙태라는 대의(생명존중파 또는 생명존중파), 어느 쪽의 입장과 사람들의 융합을 평가할 때에도 나타났다”고 마텔은 말했다.
탈급진화의 길
이 조사 결과는 자신의 대의와 강하게 융합된 사람들이 자신의 대의에 대한 위협을 경험한 사람들이 급진화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고도로 융합된 개인이 급진화되는지 여부는 그 신념의 대상에 따라 달라진다. 어떤 종교적 신념과 강하게 융합된 사람은 음악 밴드와 융합된 사람보다 대의를 위해 목숨을 바칠 가능성이 더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발견은 극단주의자들의 탈전화를 위한 단서를 제시한다. 마텔은 “이 연구는 잠재적 테러리스트나 폭력적인 정치적 극단주의자, 또는 인명 피해를 유발할 수 있는 폭력에 가담하려는 다른 잠재적 극단주의자를 식별하는 전략을 개발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탈전복의 길은 간단하지 않다. 대의를 위해 헌신하는 개인에게 탈전복은 개인적 자아의 일부를 포기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러나 저자들은 효과적인 전략을 제안한다. “우리의 연구에 따르면, 극단주의자들을 극단적 대의와의 융합에서 선의의 대의로 전환시킴으로써 그들을 악의 세력에서 선의 세력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한계, 시사점 및 관련 공식화
본 연구의 결과, 이번에 주목한 세 가지 구성요소(거룩한 가치관, 도덕적 신념, 정체성 융합)는 모두 대의를 위해 싸우고 죽는 것에 대한 지지와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세 가지 구성요소를 모두 측정함으로써 잠재적인 참된 신자를 식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중회귀분석 결과, 우리의 연구는 정체성 융합이 극단적 행동을 지지하는 가장 강력한 예측 요인임을 보여주었다. 따라서 극단적 행동에 관심이 있는 연구자들은 신성한 가치나 도덕적 신념보다는 융합을 측정하는 것이 더 ‘이득’이 될 수 있다. 물론 신성한 가치나 도덕적 신념을 측정한다면, 집단이나 다른 원인과의 일치도를 조사하거나 다른 결과 지표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도 있다. 또한, 우리의 정체성 융합 척도가 대립하는 구성개념의 척도보다 일반적으로 우수하다고 하더라도, 이는 측정하고자 하는 구성개념보다는 척도 자체에 대해 더 많은 것을 말해주는 것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리의 정체성 융합 척도가 신성한 가치관이나 도덕적 신념의 특정 척도보다 심리측정학적으로 우수하지만, 이들 대립 변수의 더 신뢰할 수 있는 척도나 유효한 척도가 정체성 융합 척도보다 예측력이 더 높을 가능성도 있다. 향후 연구에서는 이러한 가능성을 탐색할 필요가 있다.